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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 2021. 12. 7. 23:52

    “ 그러고 보니 케이키 님은 연애에 관심이 없나요? ”

    “ …… 있어 보이시나요? ”

     

    어머, 농담도 잘하셔라. 이름 모를 영애가 꺄르르, 웃는 모습이 꼭 밀푀유 같다는 생각을 하며 케이키는 홍차를 홀짝였다. 차를 얼마나 우린 건지, 우유와 설탕을 정량의 두 배는 넣고 저어도 쉬이 쓴맛이 사라지지 않아 제 입맛엔 버거웠으나, 몇 번이고 차를 휘적거리는 것이 예의는 아니라는 사실이 그의 혀를 고통 속에 빠뜨리자는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케이키는 내색하지 않았다. 입꼬리 하나 까딱이지 않는 얼굴이 무척이나 낯익다. 영애는 이 사실을 아는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얼마 전에 들었다는 연애담에 대해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티타임을 시작하고 지금껏 입 한 번 다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 걸까. 수다쟁이 요정이라는 별명이 딱 들어맞을 법한 이 금발 아가씨는, 그저 케이키에게 일방적인 말을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 듯 싶었다. 그러니까, 인지하지 못했을 거라고. 혹여나 인지해도 문제 없을 거라 판단한 거겠지. 사실 케이키도 이쪽이 달가웠다. 괜한 말을 시켜, 이상한 쪽으로 정신머리를 빼는 것보다 훨씬 즐겁지. 청중의 역할은 자신 있고, 발화자는 제 것이 아니었으니.

     

    “ 그래도 혼기가 하나둘 차니, 슬퍼요. 이제 티타임에도 케이키 님밖에 오지 않으시잖아요! ”

    “ 그렇게 …… 말씀하시는, 영애도 곧 결혼하지 않으시나요. ”

    “ …… 소식이 벌써 들렸나요? 어라라! ”

     

    그럼 종일 붙잡고 연애 이야기만 하는데 모르겠나요. 정략결혼만이 판을 치는 사회는 아니었지만, 연애 결혼 ─ 그것도 아주 깨를 쏟아내며 알콩달콩한 이들은 누구에게서나 화제가 되는 법이다. 사사로운 인과는 물론이오,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니만큼 사업이나 정치 쪽에서도 들을 수 있고, 어린이들의 소꿉놀이 소재로도 몇 번 튀어나오곤 하지. 물론 케이키는 말을 삼켰다. 이런 딱딱하고 사무적인 태도를 바라는 것은 아니리라.

     

    “ 제 소중한 친구의 이야기 아닌가요. ”

    “ …… 소중한가요? ”

     

    …… 이건 무리수였나?

    그럼요, 당연하죠. 고개를 끄덕이며 케이키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감동이라도 받았다는 듯이 훌쩍이는 모습이 제가 봐도 귀여웠다. 알콩달콩할만했다. 행복한 티를 팍팍, 흘릴 이유가 있었다. 자신은 모르겠지만, 아마 저런 얼굴을 보고 상처입히겠노라 마음 먹는 사람은 없겠지. 악의로 똘똘 뭉쳤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말이야 ……. 이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떠올린다면, 너무 냉혈한의 예시로 드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 제 오빠도 마찬가지로 ……. 선량함으로 뭉쳐, 웃으며 모든 걸 흘려보낼 수 있다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좋아할까. 짝이 정해진 사람을 두고 하는 생각이라기엔 무례했다. 그러나 겉으로 표출하지만 않으면 문제가 될 게 …… 있나. 안일한 생각이다. 케이키도 알고 있다.

    하지만 마냥 생각을 멈추진 못했다.

    가토 쇼콜라의 나이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그는 쇼콜라 가문의 적장자였고, 장차 가문을 이끌어나갈 사람이다. 언제든 결혼하겠다고 집을 빠져나가도 이상하지 않아. 비즈니스가 아닌 다른 만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해진 길만을 걷는 사람이지만, 그와 동시에 한 번도 행하지 않은 일탈에 손을 뻗을 지 몰랐다. 케이키가 아는 가토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 하지만 말이야?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가끔은 상상하게 되어버려.

    케이키는 웃으며 고개를 까닥였다. 영애는 여전히 행복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한편으론 부러웠다. 좋겠네.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의 심리란 영원히 모르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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