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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 2021. 12. 7. 22:58

    바다엔 한 점 좋은 감정이 없다. 파도가 몰아칠 때마다 보이는 하얀 조각을 모으면 돈이 되겠구나, 어린 마음에 그리 꿈꾼 적도 있었지만 ─ 결국 다 기포 덩어리였지. 남는 것은 허공에 흩뿌려진 숨 한 줌뿐이었다. 아, 이마저도 기체니까 결국 없는 건가? 감상에 젖던 헨리 펜은 적당한 크기의 돌멩이를 들어, 돌수제비라도 하듯 바다에 던져버렸다. 통, 통, 튕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돌멩이는 보기 싫게 바다로 추락했다. 아래로, 아래로.

    제 재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와 다르게 품에 안긴 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헨리 펜은 영영 속이 비었다는 생각을 했다. 든 것이 없어 좋을 건 없지만, 없는 게 있다고 해서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즐겁게 지낸다고 실실 쪼개고 다니면 뭐 하나, 결국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게 없는데. 그러나 헨리 펜은 단 한 번도 그게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정말이야 ……. 비록 아까도 메스 하나 빨랫줄에 잘못 걸었다가 낼름, 잃고 말았지만.

     

    “ 아, 그건 바보짓 한 거지! ”

     

    들을 이 없는 외침을 변명처럼 허공에 흩뿌린다. 헨리 펜이 킬킬, 웃었다.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해적 주제에 종이라니, 성당이라도 되는 거 같지 않나. 종교라도 믿나, 우리 보스는? 아니다, 두목? 어느 쪽이든 우두머리가 다 그게 그건데. 제 뒤통수에 손을 나란히 올리고, 헨리 펜은 걸음을 옮긴다. 메스 잃은 의사도 모셔주는, 값싼 목숨을 재산으로 내놓는 해적질의 시작이다. 그러나 나쁜 건 하나도 없어. 파도의 하얀 조각과 다르게, 이건 정말로 돈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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