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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 2021. 11. 8. 01:06

    안녕하세요, 선배. 이렇게 편지를 남기면 러브레터 같나요? 사랑을 속삭이는 것 같나요. 사랑의 세레나데라 불리는 것들은 여럿 주워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운 것 같아요. 마음은 글보다 입으로 직접 전하는 게 편한데, 그렇죠?

     

    조금 많은 생각을 해봤어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모르겠어요. 제가 멍청해서 그런 건지, 선배가 생각 이상으로 똑똑해서 그런 건지, 둘 다인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말씀은 남기고 싶어요. 제게 미안하다는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정 ─ 말, 정말 바보 멍청이거든요. 그러니까 생각없이 나쁜 행동도 많이 했고, 동정 한 번 받을 짓도 못했어요. 이유는 다양하니까, 굳이 선배의 잘못으로 넘기지 마세요. 선배가 아니었어도 저는 결국 비슷한 결과를 맞이할 거예요. 이건 확신에 가깝죠 ……. 시간을 돌리는 짓은 하지도 않고, 딱히 해보지도 않을 거지만, 생명의 업보가 얼마나 큰 지 대충 짐작하고 있거든요.

     

    저는 선배의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기억되려면 걸림돌이 되어야겠죠.

    세상이 참 어려워요. 그렇죠?

     

    …….

     

    레이첼은 편지를 집어들었다. 딱히 보낼 생각도 없고, 그럴 수단도 없는데 왜 이런 걸 썼지. 감성팔이라도 하고 싶나? 레이첼 가나슈 암브로시아는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세상을 구하는 데엔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군인이 된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이 보고 지낸 것들이 이런 정의 ─ 에 가까운 일이라는 사실만으로 제 행동 패턴은 모두 설명할 수 있어. 멍청한 놈은 그만큼 단순하지만, 그와 동시에 복잡하기 때문에. 알아, 내가 쉬운 놈 아닌 거.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이해가 안 되지. 보통 다 그러더라고요? 평가가.

     

    “ 아, 경치 좋다. ”

     

    그가 중얼거렸다. 같이 볼 사람 한 명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역시. 이런 넋두리를 속삭인다. 역시 들어줄 사람도 하나 있으면 좋았을걸. 헛웃음을 한 번. 짧은 무표정을 한 번. 그래도 웃는 얼굴이 또 한 번. 반복되어서, 교차해서, 그대로 멈춰서 …….

    어쩌다가 이 꼴이 된 거지? 싶어진다. 인간이 인간의 꼴을 하면 참 소름끼치는 때가 온다던데, 딱 그 꼴이네. 괴물의 탈을 쓰고 싶었다는 생각을 한다. 더 이기적으로 굴 수 있었다면 지금 외롭진 않았겠지. 결과는 …… 모르겠지만. 비슷하겠지. 이미 자신의 결과를 알고 있다는 문장을 써버렸으니까.

    …….

     

    “ 그치만, 역시 사람 마음이 간사해요. ”

     

    야경이 예쁜 탓인가? 바람이 생각보다 추운 탓인가. 다음 문장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럴 자격도 좋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거다. 그러니까. [ 통신 연결이 끊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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