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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 2021. 11. 9. 00:31

    헌호는 사랑니의 아픔을 모른다. 사랑니가 그거라며. 혼자 하는 짝사랑은 엄청 아프다고 한쪽이 말도 안 되게 콕콕 쑤시는 거. 어릴 적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 어른들이 모여서 꺄르르, 추억팔이라도 하며 웃었던 기억도 있지. 친구들은 …… 음, 친구들이라고 하기엔 이런 이야기를 할 법한 이들은 ─ 너무 어릴 적에나 만났던 애들이라. 어쨌든, 기억을 나열해봐야 나오는 결론은 같다.

    헌호는 사랑니의 아픔을 모른다. 이야기를 듣거나, 보는 관찰자의 입장에 놓인 적은 두어 번 있다지만 직접 겪어본 적은 없다. 심장이 콕콕, 아플 짝사랑의 시기는 정말 짧았으니까. 사실 아프지도 않았지. 보기만 해도 그냥 좋고 설레서,  마냥 순정만화 같은 사랑이었다고 생각해. 순정만화에서도 사랑의 끝은 결혼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곧잘 있잖아. …… 곧잘도 아닌가? 거의 모든 작품이 그러던데.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사랑이 연애도 아니고 가족으로 이어졌는데. 그 가족이 또 결혼으로 이어졌으니까. 솔직히 응, 어려웠다고 생각해. 헌호는 생각했다. 자신이 눈치가 없는 게 맞고, 그러니 뻔히 쓰인 답을 돌고 돌아 어렵게 오게 된 건 맞지만, 그래도 주어진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고. 옆에 있기 때문에, 함께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니, 많이 어렵지.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결코 하나뿐이 아니었는데. 분명히 택할 수 있는 길은 많았고,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을 원했어. 누나, 나는 누나가 좋아.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걸까?

    사랑니가 얼마나 아픈지는 중요하지 않은걸. 내가 겪을 고통을 당신과 있음으로 모두 상쇄시킬 수 있었다면, 당신이 나와 함께 있어줄 그런, 사람이라면 …… 결국 함께하는 것만으로 우린 행복하다는 거니까. 

    사랑니 따위론 아플 수 없는 운명이었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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